"한국 야구 응원이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정작 팬들은 왜 응원가 바뀔 때마다 아쉬워할까요?" 저는 10년 넘게 야구장을 다니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응원가는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팬들이 10년간 쌓아온 추억의 언어였기 때문입니다. 2010년대 중반 저작권 논란이 불거지면서 익숙한 멜로디들이 하나둘 사라졌고, 그 자리를 급조된 자작곡들이 채웠습니다. 법적으로는 옳은 선택이었지만, 현장에서 직접 느낀 팬들의 상실감은 상당했습니다.
저작권 논란이 바꾼 응원가 지형도
2015년 전후로 대중가요를 개사한 응원가들이 법적 문제에 휘말리기 시작했습니다. 작곡가와 원작자의 저작인격권이 쟁점이었고, 구단들은 소송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기존 응원가를 대거 폐기했습니다. 저도 그때 잠실에서 LG 팬들이 새 응원가를 부르며 어색해하는 모습을 똑똑히 봤습니다. 10년간 불러온 멜로디가 하루아침에 바뀌니, 응원단장이 선창을 해도 관중석 반응이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물론 창작자의 권리는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응원가는 팬덤의 집단 기억이자 정체성이라는 점에서, 좀 더 유연한 합의점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실제로 일부 구단은 작곡가와 별도 협의를 통해 응원가 사용권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비용 문제로 포기했습니다. 그 결과 새로 만들어진 자작곡들 중 일부는 멜로디가 복잡하거나 중독성이 떨어져, 관중들이 따라 부르기 어려운 경우도 생겼습니다. 제가 사직구장에서 롯데 신곡을 처음 들었을 때도, 옆 사람과 눈만 마주치며 "이게 뭐야" 하는 표정을 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응원가는 즉각적으로 따라 부를 수 있어야 하는데, 복잡한 구성은 오히려 응원 열기를 식히는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팬심의 온도
야구장을 처음 찾은 사람도 3회쯤 지나면 어느새 옆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고 떼창에 합류하게 됩니다. 저도 처음 직관 갔을 때는 가사도 모르고 그냥 앉아만 있었는데, 어느 순간 수만 명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여 경기장 공기를 진동시킬 때의 전율을 느꼈습니다. TV 중계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살아있는 에너지였습니다. 특히 롯데 자이언츠의 주황색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고 '부산 갈매기'를 부를 때, 그리고 한화 이글스가 지고 있어도 끝까지 '최강 한화'를 외칠 때, 이건 스포츠 관람을 넘어 일종의 축제이자 종교 의식처럼 느껴졌습니다.
안타 하나에 모르는 사람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숨죽이며 박수를 치는 그 리듬감은 오직 현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응원가는 팬들이 경기 흐름에 직접 개입하고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넣는 가장 적극적인 참여 수단입니다. 저는 대구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파도타기 응원을 직접 해봤는데, 수만 명이 일제히 몸을 흔들 때의 일체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야구장을 다시 찾게 됩니다. 응원가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팬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접착제 역할을 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구단별 응원 문화의 개성과 미래
10개 구단은 각자 독특한 응원 스타일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두산 베어스는 남녀 파트를 나눠 부르는 조직적 응원으로 유명하고, KIA 타이거즈는 노란 막대풍선과 함께 '최강 KIA'를 외치는 에너지가 압도적입니다. NC 다이노스는 LED 조명봉과 드론을 활용한 야간 퍼포먼스로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고, 한화 이글스는 팬봇이라는 원격 응원 시스템까지 도입했습니다. 제가 창원구장에서 NC 경기를 봤을 때, 경기 후 드론이 하늘에 'Victory NC'를 띄우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작권 문제 이후 구단들이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안전한 선택만 하다 보니, 팀별 개성이 예전보다 희미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비슷비슷한 느낌의 자작곡들이 늘어나면서, '이 응원가가 어느 팀 거지?' 싶을 때도 있습니다. 응원 문화는 전통과 기억의 공유인데, 자본과 법리의 논리가 팬들의 추억을 너무 쉽게 지워버린 건 아닌지 의문입니다. 앞으로는 작곡가와의 협의를 통해 원곡 사용권을 확보하거나, 처음부터 구단이 저작권을 확보한 곡으로 응원가를 제작하는 방식이 필요해 보입니다. 팬들의 목소리가 곧 구단의 자산이라는 점을, 경영진도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시점입니다.
응원가는 결국 팬과 선수, 구단을 하나로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끈입니다. 저작권 문제로 일부 곡이 사라진 건 안타깝지만, 그 자리를 채울 새로운 명곡들도 분명 나올 겁니다. 중요한 건 법적 안정성과 팬심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입니다. 야구장에 한 번이라도 가보신 분이라면, 응원가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팬들의 집단 언어이자 감정의 출구라는 걸 이미 아실 겁니다. 다음 시즌엔 여러분도 직접 응원석에 앉아, 수만 명과 함께 목청껏 외쳐보시길 권합니다. 그 순간의 전율은 평생 잊히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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