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야구를 10년 넘게 봤는데도, 투수가 언제 승리를 가져가고 언제 패전을 기록하는지 정확히 몰랐습니다. 특히 선발 투수가 4.2이닝을 완벽하게 던지고 내려와도 승리가 없고, 구원 투수가 공 몇 개 던지고 이기는 걸 보면서 "이거 뭐가 기준이지?" 싶었거든요. 투수의 승패는 단순히 누가 더 잘 던졌느냐가 아니라, 야구 규칙에서 정한 엄격한 조건들이 있습니다. 이 조건을 알고 나면, 전광판에 뜨는 승리투수 이름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선발 투수는 왜 5이닝을 던져야 하나
선발 투수가 승리를 가져가려면 최소 5이닝을 던져야 한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공식 야구 규칙에서 정한 이 기준은 MLB나 KBO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경기를 보면서 느낀 건, 이 규칙이 생각보다 잔인하다는 겁니다. 4.2이닝까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아도, 투구 수가 많다는 이유로 교체되면 그 선발 투수는 승리 자격을 잃습니다.
실제로 어느 경기에서 제가 응원하는 팀의 에이스가 4회까지 80개를 던지고, 5회에 40개를 더 던져서 투아웃까지 잡았습니다. 그런데 감독이 마운드로 올라가더니 투수를 내리는 거예요.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몇 개만 더 던지게 해주지!" 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죠. 결국 그 선발 투수는 노디시전으로 기록됐고, 구원 투수가 5회 마지막 아웃 하나만 잡고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이 5이닝 규칙을 두고 "너무 기계적이다"라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요즘처럼 투수 분업화가 철저한 시대에는 이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120개를 던진 선발보다 공 1개 던진 구원이 승리를 가져가는 건, 아무리 규칙이라지만 석연치 않습니다. 반대로 이 규칙 덕분에 선발 투수들이 무리하게 이닝을 채우려다 부상당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구원 투수는 어떻게 승리를 가져가나
선발 투수가 5이닝을 채우지 못하면, 구원 투수 중 누군가가 승리를 가져갑니다. 그런데 이것도 아무 구원이나 받는 게 아닙니다. 핵심은 '역전 시점'입니다. 팀이 지고 있다가 이기는 순간, 그 타이밍에 마운드에 있던 투수가 승리투수가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선발이 4이닝 던지고 1-2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려왔습니다. 5회에 A 구원투수가 올라왔고, 그 회 말 타선이 터져서 5-2로 역전했습니다. 이후 B, C 구원투수가 이어받아 점수를 지켰다면, 승리투수는 역전 순간 마운드에 있던 A가 됩니다. 제가 실제로 경험한 케이스인데, 5회 초 투아웃까지 잡고 내려간 A 투수가 승리를 챙기는 걸 보면서 "이게 야구구나" 싶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구원 투수는 세이브나 홀드를 목표로 등판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역전 타이밍을 잘 맞춰서 등판하면 '날로 먹는' 승리도 가능합니다. 물론 운도 따라줘야 하고, 타선이 폭발해줘야 하죠. 반대로 잘 던지고도 타선이 못 쳐주면 구원도 승리를 못 가져갑니다. 그래서 팬들 사이에서는 "투수 승리는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패전투수는 누가 되는가
패전투수는 팀이 지는 흐름을 만든 투수에게 기록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흐름'입니다. 단순히 실점을 많이 했다고 패전이 아니라, 그 실점이 팀의 패배로 직결됐느냐가 기준입니다. 0-0 상황에서 1점을 내주고 팀이 그대로 0-1로 지면, 그 투수가 패전투수입니다.
저는 이 규칙이 투수에게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9이닝 동안 1실점만 했는데, 타선이 점수를 못 내서 0-1로 지면 패전투수가 됩니다. 반대로 7실점을 해도 팀이 8점을 내서 이기면 승리투수가 되고요. 이건 명백히 투수 혼자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투수 승패는 팀 기록이다"라는 의견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투수의 진짜 실력을 평가할 때는 ERA나 WHIP 같은 지표를 봐야 한다고 봅니다.
실책으로 인한 실점도 패전과는 무관합니다. 자책점이 아니더라도, 그 실점이 패배의 원인이 됐다면 패전투수로 기록됩니다. 실제로 어느 경기에서 야수 실책으로 3점이 들어갔는데, 그 투수가 패전을 기록한 걸 봤습니다. 관중석에서는 "저건 투수 잘못이 아니잖아!" 하는 소리가 나왔지만, 규칙은 규칙입니다.
노디시전은 어떤 경우에 나오나
노디시전은 투수가 경기에 등판했지만 승리도 패전도 기록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선발 투수가 5이닝을 못 채우고 내려가면 거의 노디시전이고, 구원 투수도 역전 타이밍을 놓치면 노디시전이 됩니다. 기록지에는 그냥 등판만 표시되고, 승패 칸은 빈칸으로 남습니다.
제가 직접 본 케이스로, 선발 투수가 6이닝 2실점으로 잘 던지고 내려갔는데, 팀이 2-3으로 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7회에 타선이 폭발해서 7-3으로 역전했고, 그대로 팀이 이겼습니다. 이 경우 선발 투수는 노디시전입니다. 팀이 이긴 시점에 마운드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죠. 승리투수는 7회에 던진 구원이 가져갔습니다.
노디시전이 많은 투수를 보면 좀 안타깝습니다. 특히 에이스급 선발인데 타선 지원을 못 받아서 노디시전만 쌓이는 경우요. "잘 던지는데 승수가 안 늘어난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 경기를 보면 그 투수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노디시전 덕분에 패전을 면한 경우도 있으니, 나쁘게만 볼 건 아닙니다.
야구 기록은 숫자로만 보면 차갑지만, 그 뒤에는 선수들의 땀과 팬들의 함성이 있습니다. 투수 승패도 마찬가지입니다. 규칙은 엄격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그 규칙 안에서도 수많은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저는 앞으로도 전광판에 뜨는 승리투수 이름을 보면서 "아, 저 타이밍에 저 투수가 있었구나" 하고 떠올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5이닝 규칙이 조금이라도 개선돼서, 진짜 고생한 투수가 제대로 인정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KBO 야구 규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KBO 선수 등록말소 제도 (1군 엔트리 구성, 10일 재등록 규정, 2군 운영 시스템) (0) | 2025.11.08 |
|---|---|
| KBO 외국인 선수 규정 (영입 요건, 비용 상한, 아시아쿼터) (0) | 2025.11.07 |
| 야구 타순 변경 규칙 (대타 적용, 타순 오류 처리, 판정 논란) (0) | 2025.06.18 |
| 야구 아웃 판정의 모든 것 (비디오 판독, 주루 전략, 심판 판정) (0) | 2025.06.17 |
| 지명타자 제도의 모든 것 (DH 도입 배경, 전략적 의미, 논쟁과 단점) (0) | 2025.06.17 |